구절초의 북쪽
안도현
흔들리는 몇송이 구절초 옆에
쪼그리고 앉아 본 적이 있는가?
흔들리기 싫어, 싫어 , 하다가
아주 한없이 가늘어진 위쪽부터 떨리는 것
본 적 있는가?
그러다가 꽃송이가 좌우로 흔들릴 때
그 사이에 생기는 쪽방에 가을빛이
잠깐씩 세들어 살다가 떠나는 것 보았는가?
구절초, 안고 살아가기엔 너무 무거워
가까스로 땅에 내려놓은 그늘이
하나같이 목을 길게 빼고, 하나같이 북쪽으로
섧도록 엷게 뻗어 있는것을 보았는가?
구절초의 사무치는 북쪽을 보았는가?
흐드러 지게 피어난
구절초 밭을 한번 바라보지 못하고
우리 동네 작은 교회당 앞 마당에
몇구르 힘없이 누운 구절초 앞에서
참 많은 시간을 기웃 거린 결과물이다
안도현 님의 글에서 처럼
살아가기에 너무 무거워 누웠을지
쪼그리고 앉아 한밤을 바라본 기억이 있다
어느새 추억이 되버린...
2015.10 월 어느날 /우리동네 교회당 마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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