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노래/ 이정하
너에게 달려가는 것보다
때로 멀찍이 서서 바라보는 것도
너를 향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겠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보다
묵묵히 너의 뒷모습이 되어 주는 것도
너를 향한 더 큰 사랑인 줄을 알겠다.
너로 인해 너를 알게 됨으로
내 가슴에 슬픔이 고이지 않는 날이 없었지만
네가 있어 오늘 하루도 넉넉하였음을....
네 생각마저 접으면
어김없이 서쪽 하늘을 붉게 수놓은 저녁해.
자신은 지면서도
세상의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주는
그 숭고한 헌신을 보며,
내 사랑 또한 고운 빛깔로 마알갛게 번지는
저녁 해가 되고 싶었다.
마지막 가는 너의 뒷모습까지
감싸줄 수 있는 서쪽 하늘,
그 배경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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