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는 날이라
병원에 다녀왔다
마음이 가라 앉는다
내 몸에서 스스로 떨어져 나온 머리 카락이
세면대를 시커멓게 장식한다
한때는 너무 많은 머리의 숱때문에
머리의 절반을 없애버리고 싶기도 했었지만
연배가 들고 보니 굳이 파마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웨이브를 만들어 주는
내 머리가 참 맘에 들었었다
그런데 고통을 줄이기 위해 먹는 약물로 인해
내 몸에서 스스로 분리 되어 나가는
머리 카락을 보면서 지금 내 몸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내가 매일 한우큼씩
밀어넣는 약물이 무슨 성분인지
덜컥 겁이 난다
그 작은 한알속에
무슨 성분이 들어 있길래
이렇게 머리 숱을 줄어들게 하나
의학이 발달해서
인간의 수명은 자꾸 연장되어 진다고 하는데
그것이 결코 좋아할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남은 생애가
이렇게 나의 육신과 영혼을 괴롭히는
어떤 녀석들과 함께 해야 하는 시간들이라면
그 시간이 얼마나 고통으로 닥아 올까를
깊이 생각하게 되는 오늘이다
내일은 다시 병원으로 가야 할까보다
자꾸 깜박이는 정신 때문에
담당의에게 제대로 된 약물의 부작용도 알리지 못하고
약만 한아름 안고 돌아온 나를 어찌해야 할지
가슴이 답답해 오는 저녁이다
2011.12.12/하늘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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