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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이 그린그림

#64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 이정하       
       
눈을 뜨면 문득 한숨이 나오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나         
불도 켜지 않은 구석진 방에서        
혼자 상심을 삭이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정작 그런 날         
함께 있고 싶은 그대였지만        
그대를 지우다 지우다         
끝내 고개 떨구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지금까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사랑한다 사랑한다며        
내 한 몸 산산이 부서지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할 일은 산같이 쌓여 있는데도        
하루종일 그대 생각에 잠겨        
단 할 발짝도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2013.11.4/하늘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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