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편지/황동규
우리는 정신없이 이어 살았다
생활의 등과 가슴을 수돗물에 풀고
버스에 기어 오르고 종점에 가면
어느덧 열매 거둔 과목의 폭이 지워지고
미물들의 울음 소리 들린다
잎 지는 나무의 품에 다가가서
손을 들어 없는 잎을 어루 만진다
갈것은 가는구나
가만히 있는 것도 가는구나
마음의 앙금도 가는구나
면도를 하고 약속 시간에 대고
막차를 타고 밤늦게 돌아온다
밤 세수를 하고 거울 속에서
부서진 얼굴을 만지다 웃는다
한번은 문빗장을 열어놓고 자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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