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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잎

#95

 

 

 

 

 

 

 

 낙엽 - 작은 손·3

비수처럼 눈부신 햇살로 몸 태우고
높은 음계의 푸른 휘파람 쌩쌩 불면서
끝모르게 흔들리던 미혹의
여름 다 가고


옆맥마다 메말라 가슬가슬
바람 소리로 몸 비비며
나무 밑동 언저리에 모여 앉아
짧게 남은 지상의 시간 껴안고 있다


부서지지 않고는 돌아갈 수 없는 길
거친 손등으로 쓰다듬으며


부서져서 땅 속에 스미는 일이
가장 높이 비상하는 일임을
온몸으로 깨닫는
눈 시리게 맑은 가을날 오후.


(강계순·시인,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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