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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잎

#96 (가을에는 모든것 다 용서하자)




가을에는 모든 것 다 용서하자


기다리는 마음 외면한 채

가고는 오지 않는 사람을

생각하지 말고 그만 잊어버리자


가을의  불붙는 몸에 이끌려

훨훨 벗고 산 속으로 가는 사람을

못 본 척 그대로 떠나보내자


가을과 겨울이 몸을 바꾸는

텅 빈 들판의 바람소리 밟으며

가을에는

빈손으로 길을 나서자


따뜻한 사람보다 많은 냉정한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미운 사람들을

한꺼번에 모두 잊어버리자


한 알의 포토 알이 술로 익듯

살아갈수록 맛을 내는 친구를 떠올리며

강처럼 깊어지자


살아가며 우리가 만나야 했던 미소와 눈물

혼자 있던 외로움 하나하나 배낭에 챙겨 넣고

가을에는

함께 가는 이 없어도 좋은

여행을 떠나자.


김재진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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