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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無 題

#361

비 오는 날에는 아무래도 바흐의 미뉴엣이 제일이다

촘촘히 그려진 음표중에 하나라도 놓치면 나의 연주는 망친다

 

한평생 연습만 하다 끝나버릴지도 모르는 난해하기만 한 생의 음표들.

몸과 마음을 다 던져 연습한 한 곡조차 능숙하지 못한 손놀림.

마음에서는 검은 구름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도도도 레레레 미미미... 더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악보들은 점점 흘러내려 흔적도 없이 흐물흐물 사라져 버린다.

 

비는 박자도 맞지 않는 리듬을 창문네 대고 두들겨 댄다.

불협화음만 가득한 이연주,

 

몇 시간이고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바하의 미뉴엣은 오늘도 미완성이다.

 

바흐의 비/최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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