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에는 아무래도 바흐의 미뉴엣이 제일이다
촘촘히 그려진 음표중에 하나라도 놓치면 나의 연주는 망친다
한평생 연습만 하다 끝나버릴지도 모르는 난해하기만 한 생의 음표들.
몸과 마음을 다 던져 연습한 한 곡조차 능숙하지 못한 손놀림.
마음에서는 검은 구름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도도도 레레레 미미미... 더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악보들은 점점 흘러내려 흔적도 없이 흐물흐물 사라져 버린다.
비는 박자도 맞지 않는 리듬을 창문네 대고 두들겨 댄다.
불협화음만 가득한 이연주,
몇 시간이고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바하의 미뉴엣은 오늘도 미완성이다.
바흐의 비/최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