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벽을 넘어/하늘정원
코흘리개 시절에
가나다를 함께 익힌 인연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어느날 낯선 이름의 친구가 등업 신청을 해왔다
자기가 우리보다 한 4년은 선배인듯 하다고 하면서
그러나 열두고개를 넘듯 그렇게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어 보니
나와 같은해에
가슴에 하얀 거즈 코수건을 달고 나란히 입학해
같은해에 좋업장을 들고
나란히 교문을 나섰던 우리 기수 친구였다
40년이란 세월의 벽은
그렇게 우리들의
모든 기억을 앗아가 버렸고
그러나 그 희미한 기억의 벽을 넘어
아련하게 밀려오는 그리움은
무엇으로 설명할수 있을까?
내가 머무는 공간과 가까이 둥지를 틀고 있다는
이유는 더큰 친근감을 느끼게 해주고
손폰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는
생각의 여지도 없이 반말을 써도
조금의 어색함이 없이 그렇게
40년의 세월을 뛰어 넘는다
같은 공간에서
가나다를 익혔다지만
이름조차 모습은 더더욱 기억이 없이 그렇지만
유년 시절의 추억을 함께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것은
참으로 큰 힘을 발휘하는것 같다
내가 누군지 알겠어 ?하는 나의 우문에
"내 초등학교 동창 이겠지 " 하는 친구의 현답이
우리를 웃게 한다.ㅎ
연배가 연배인지라
이런 공간을 운영을 하는일은
참여하는 친구들의 부재로
가끔은 힘이 빠지기도 하고
이런 공간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도
가끔 자문해 보는 어려움도 있지만
이렇게 옛 추억을 더듬어 더듬어
둥지를 찾듯 찾아 들어오는 친구들의 발걸음이 있을때면
그런 회의를 일시에 불식 시키는 힘이 되기도 한다
코흘리개 시절을
함께 보냈다는 인연으로
다시 이어진 공간
반백의 머리에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모습에 담고 있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정스럽게
삶의 모습으로 느껴짐은
아마도 코흘리개 친구라서 일게다
그렇게 내 초등학교 같은기수 둥지에 또 한식구를 늘이는 일은
작은 기쁨으로 마무리 됐다.
2011.1.22일/하늘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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