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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글이 만나면♧ /♡내 사는 모습

우체국 가는길엔 이런 그림도...

 
 
 
오늘은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는 날이다
 
 
정기적으로 치르는 행사이니 담당의와 잠깐의 면담 으로 진료를 마치고 나서는길
병원 현관엔 작은 이동식 도서를 활인해서 판매 하는 바자회 형식의 작은 장이 섰다
 
 
 

혹여 읽을만한 책이 있을까 싶어 기웃 거리고 있으려니

불현듯 지나시절 추억의 한토막이 떠오른다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는
그 외로움의 농도가 짙어져 휘청이게 되는 날엔
어김없이 집근처의 작은 서점을 찾아 들곤 했다
 
 
화려하고 큰 서점은 아니였지만 그곳을 지키는 서점의 주인은
나와 음악의 취향도 비슷했는지 어느날 불시에 찾아 들어도
서점 공간에 흐르는 음악은 늘 잔잔하게 나의 귓가를 감미롭게 적셔 주었다
 
 
그렇게 조용히 흘러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이런 저런 책갈피에 마음을 얻어 놓노라면
나보다 앞서간 이들의 마음밭이 전해져와 나혼자 만의 고독이라 여겨졌던 생각이  
잘못된 생각임을 금새 깨닫게 되곤했다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서너권의 시집과 수필집을
손에 들고 서점을 나설때의 내 발걸음은 어느만큼은 설레임으로
어느 만큼은 고독을 덜어낸 가벼움으로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짐을 느끼곤 하였다
  
 
 허나 지금은 어떠한가
두툼해진 돋보기 넘어로도 무엇을 선별해 내기가 힘에 부치고
거기에 아무리 노력해도 쉽지 않는 집중력의 결여 까지
이래저래 책을 손에 잡기란 쉽지 않은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내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지만 지금의 내모습이 나인것을 어찌하리
내 삼십년 지기 친구는 처녀 시절 취미삼아 시작한 서예가 적성에 맞았는지
경기도전에도 수상을 하여 지금은 평생의 업으로  그렇게 늘 열공하며
그 어려운 한문을 최고의 경지 까지 다다랐다
 
 
 얼마 전에는 중국어 까지 도전한다며 무엇엔가 도전을 하는것이
너무 설레인다고 한껏 들뜬 목소리로 소식을 전해 왔다
머리속에 지우개가 점점 커지는것 같다고 걱정하는 나한테 운동과 책읽기를 권유해 보지만
자꾸 쇠약해져 가는 체력은 늘 계획에만 그치고 
 
 
멍하니 책구경만 하며 이런저런 추억에 잠겨 있다가
발걸음은 어느새 약국앞에 "약사 선생님 처방전은요?"
어째 깜박 잊고 덜렁덜렁. 다시 병원으로 어쩌나 나를 어쩌나
  
 
머리속에 자꾸 커져만 가는 지우개는 꼭 해야만 하는 일도 자꾸 차질이 생겨
옆지기에게 듣는 핀잔의 횟수는 자꾸 늘어만 가고
그런 일이 번복될수록 노후에 바닷가 어디쯤인가에 둥지를 틀고자 했던
우리의 계획은 앞당겨 져야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민생고 해결을 위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나에게는 너무 벅찬 몸짓인가 싶기도 하고
 어느새 일렇게 무능하게 변해버린 나의 지난 시간이 아타깝고 안타깝다
 
 
 理財에 밝지 못해서 몸으로 몸으로만 평생을 부딫히며
살아온 이몸에게 남아진것은
하얗게 지워져 가는 머리속의 지우개만 키우는 생활은 아니였는지
 
 
바람이 불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사월의 어느봄날
아름다운 수채화가 그려진 벽화가
잠깐이지만 참 많은 추억을 끄집어내게 한다
 
2012.4.11.글/사진/하늘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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