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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글에 사진을..

나무..

나무/류시화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잎을 꺼내 비를 가려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름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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