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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글에 사진을..

내 그림자에게..


 

내 그림자에게/정호승

 

이제 우리 헤어질 때가 되었다

어둠과 어둠 속으로만 떠돌던 나를

그래도 절뚝거리며 따라와 주어서 고맙다

 

나 대신 차에 치여 다리를 다친 일과

나 대신 군홧발에 짓이겨진 일은

지금 생각해도 미안하다

 

가정법원의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너 혼자 울면서 재판 받게 한 일 또한 미안하지만

이제 등에 진 짐을 다 버리고

신발도 지갑마저도 다 던져버리고 

가볍게 길을 떠나라

 

그동안 너는 밥값도 내지 않고 내 밥을 먹었으나

이제 와서 내가 밥값은 받아서 무엇하겠니

굳이 눈물 흘릴 필요는 없다

뒤 돌아 서서 손 흔들지 말고 가라

 

인간이 사는 곳보다 

새들이 사는 곳으로 가서

어린 나뭇가지에서 어린 나뭇가지로 날아다니는

한 마리 새의 그림자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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