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흙의 대문을 열고 나무가 올라온다
나무의 미닫이문을 열고
꽃이 올라온다
꽃의 창문을 열고
향기가 퍼져 나간다
몇 번 달이 차고 기울었으므로
자물쇠 풀어지고 문이 열린 것이다
그러니까 세상의 모든 것에는
숨겨진 문이 있다는 것인데
어제 적신 빗발이나
오늘 쌓인 눈발이나 어디서 왔겠는가
저위의 어느 문이 비로소 열린 것이다
당신도 한 열 달
뱃속에 만삭으로 품고 있다가
마침내 때가 되었다고 문밖으로 건네주었으니
그 목숨이 또 문을 열고
새벽 같은 문을 만들고 있다...
김종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