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일 보다
해야 할 일로 채워가는 일은
당연한 책임이고 피할 수 없는 삶의 무게지 싶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할 일로만 채워져 가는 생은
소풍을 끝내야 하는 날이 가까워져 올수록
허허로움으로 채워져야 하는 일
그 허허로움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아니. 어쩌면 운명처럼 시작하게된 사진 생활.
아무 망설임 없이 보물이라는 애칭을 붙쳐줄만큼
난 카메라를 사랑하고
사진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 사랑의 온도만큼
그만큼 사진을 잘 표현하지 못함에서 오는 아쉬움과
열정은 또 다른 나의 고뇌로 다가오는 시간의 연속이다
워낙 다양하게 품 넓은 성격이못되는지라
사이트도 한두 군데
그나마 소박하게 일기장처럼 기록하는 블로그 하나.
그곳에조차 사진을 올리는 일이
자꾸 멈칫거려지고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이제 어렴풋이 사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방증이리라
가슴이 두근거리는
맘에 드는 피사체 앞에 서면
어찌 담아내야 할지 당황하는 나를 발견한다
누군가는 그랬다
복사하는 사진은 사진이 아니라고.
그럼 뭐가 사진이란 말인가
그에 대한 답을 내가 찾아야 하는
숙제가 내게 주어졌다
가끔 애정이 어린 충고로 내게
조언을 자청하시는 임들의
애정어린 언어에서도
어떻게 사진을 담아내야 하는지
갈등이 생기는 나 자신에게서도
어떤 전환의 때가 되었음을 감지하지만
아니 오래전부터 감지했지만
아직도 나는 이렇게 제 자리에서
서성이고 한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통속적인 사진을 담아내는 분할구도
셔속.iso.노출 등등 그 외의 더 많은 것들이
사진의 중요 요소라는 것을.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슴을 울리는 사진의 필요항목이라는 것을
아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만
지금 내가 처한 여건에서
그 길을 찾아 나서는 길이
쉽지 않을 뿐. 그럴뿐
그래서
이가을은 나에겐
더 쓸쓸한 가을로 다가오는지도 모를 일이다.
2017.11.16/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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