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십이월이다
한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생의 여정에서
이제는 조금은 느림의 미학으로
소유보다는 내려놓는 시간으로 그렇게 살아보고자 시작된 귀촌생활.
해야 할 일에서 자유로워졌다는 느낌도 잠시
시골은 시골 나름의 치열한 삶이 있다는 것을 느끼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어디에서도 삶은 치열하다
단지 조금 색깔이 다르고
모양새만 달리할 뿐..
유유자적은 그야말로 글 속에서나 있는 단어일까.
시골 둥지를 채 마무리하기도 전에
남편의 손가락 부상에 얼마 전 0도 잘못 없이 닥쳐온 교통사고에
정신없이 삶은 치열하게 진행형이다.
하긴 우리만의 착각이었겠지?
어디 삶이 그리 녹록하던가
우리뜻대로 되어지던가..
비온뒤 땅이 굳는다 했던가
그렇게 아직은 육신의 데모로
힘겹지만 그래도 감사함을 배운다.
큰 사고에도 이리 두발로 외상 한 군데 없이
살아 있음에도 감사.
일용한 양식을 입에 넣을 수 있음에도 감사
감사할 일이 이리 많은 것을 보니
정말 겸손을 배우게 되는가 싶다
이제 기도에 행복을 주십시오가 아니라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가슴을 갖게 해달라고 해야 할 듯하다
우리가 지루하다고 투덜거리는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
아침에 별일 없이 눈뜨는 그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순간 내 잘못 하나 없이 닥쳐온 불운 앞에서
배운 또 하나의 교훈이다
많이 사랑하며 살아야할일이다
살벌한 말 같지만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우리 인생이니 말이다...
2019.12.7/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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