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상하게
어릴때 부터 특별하고 근사한 꿈이 없이
그저 현모양처가 꿈이였던것 같다
내가 그리는 내 중년의 삶은
남편과 애들 각자의 자리로 나선 빈자리에
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알뜰 살뜰 집안 살림을 꾸리는일로
내 시간을 활애해도 충분히 행복할수 있을꺼란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시장가는 길에 콩나물 두부값 아껴
제 철에 맞는 꽃 한송이라도
소박한 테이블에 놓치지 않으리라는 꿈도함께 꾸며
내 인생의 소박한 꿈을 이루는데는
그리 큰 어려움이 없으리란 기대도 함께 한것 같다
그 작다고 생각했던 꿈이
결코 작은 꿈이 아니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루도 생업에서 자유로울수 없었으니
살림은 한상 뒤켠 대충대충 그렇게
돌아보면 정말 숨가쁘게 몰아친 내 반평생이였다
그 덕분에 반백을 머리에 인고선 지금 까지도
제대로 된 고추장 .된장 한번 담아보지 못한채
친정엄마가 생전에 계실때는 엄마의 손을 빌려
엄마가 안계신 세월은
엄마같은 큰언니의 손을 빌려
때론 상업적인 맛을 빌려 배를 채워왔다
그러나 큰언니의 건강도 여의치 않고
상업적인 맛도 믿을수가 없는 세태가 되었으니
그에 기댈수도 없는일 그런데 설상가상
건강에 적신호가 오면서 먹거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세상이 좋아 몇번만 검색하면
모든 정보와 레시피가 줄줄이..
그러나
각자의 취향에 따라 레시피도 다 틀리고..
그래도 가장 전통스럽게 담을수있는 레시피와
큰언니의 도움으로 생애 첫 고추장 담기를
그럭저럭 무사히 마쳤다
가을 비는 주적 주적 내리고
연이틀 고추장을 담그며
많은 생각을 하게됐다
지금은 이렇게 큰언니가 옆에 함께 하니
아쉬움이 있을때마다 기대어 함께 하지만
막상 언니가 안계시고 나면 그 빈자리를
누가 무엇으로 대신 할수 있을까
전화기 넘어로 고추장 담는 조언을 건네시면서
내가 언제 어찌 될지 모르니 이제 배워놔야 하지 않겠냐는
언니의 목소리가 비수처럼 심장에 꽃힌다
협심증에 이런저런 합병증으로 고생을 하고 계신 언니가
허리마저 고장이 났으니 언니의 건강이
바람앞에 등불처럼 늘 위태 위태 하지만
내가 해줄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늘 유별나게 막내인 나를 자식처럼
아니 자식보다 더 아려 하고
내 아픔을 못견뎌 하는 큰언니의 사랑을
누가 대신해 줄수 있을거며 어찌 갚을수 있으리
내가 고추장을 담아 내면서
왠지 모를 이별의 준비 같은 느낌에
가슴이 저리고 또 저려온다
깊어가는 이가을은 우리곁에 다시 오지 않듯이
흘러가는 시간속에 주어지는 이별앞에서
어느 누가 자유로울수있을까
가을 비 까지 주적주적 내려
가라앉는 마음을 이별에 대한 알수 없는 두려움으로
그렇게 무거운 시간이 되었다
미래에 대한 생각은
미래로 미루어 두자고 다짐하지만
문득 문득 밀려오는 두려움은 어쩔수 없이 그렇게
가슴에 돌덩이로 자리잡고 있다
이제 그렇게 우여 곡절 끝에 담겨진
우리 고추장은 바람과 햇님과 시간이
해결해줄 일만 남았으니 기다림으로
그렇게 해결하면 될일이다
그렇게
고추장을 담그며
고추장 보다 더 매운 이별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슴 한켠을 태워야 했다
출근길에 보니 연이틀 내린 가을비로
적지 않은 낙엽이 차디찬 대지위에 몸을
뉘우고 있었다
이렇게 이가을은 속절없이 깊어가고
우리 곁에서 떠나 가겠지
그리도 또 다른 그무엇도
그렇게
이별은 늘 우리 곁에서
늘 우리 가슴을 아리게 한다...
2014.10.21/하늘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