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언니의 나들이..
내게는 나보다 열 살이 더 많은 엄마 같은 언니가 계신다
평생을 당신이 낳으신 자식에 대한 사랑에 견주어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그렇게 동생을 향한
애정과 걱정으로 늘 노심초사
부족한 동생에 염려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그렇게 평생을
주는 마음으로만 살아오신 언니가
많이 아프시다
그런 언니의 삶을 바라보며
세상이 공평하다는 말은 틀리다고
그렇게 고개를 저어 보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으랴
허한 메아리만 남을뿐이다..
그렇게 염려하고 의지하던 동생이
언니 곁을 떠나 먼 남녘으로 둥지를 옮겨 앉게 되니
그 허한 마음을 어찌할 바 몰라 힘겨워하시던 내 언니..
그 언니가 둥지를 옮겨 앉은 지
한 해를 보내고도 몇 달이 지난 다음에야
겨우 동생의 둥지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멀지 않은 거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그 길이 이리 힘겨워짐은
언니의 건강이 여의치 않아서다..
평생을 모두 내어 주는 일로만
베푸는 생으로만 살아오신 언니의 삶..
그런 언니가
막내 동생이 만들어 주는 부족한 음식에
맛있다면서 잘 받아 드신다.
그 모습이 왜 그리 가슴 저린 아픔으로 다가오던지
평생 이렇게 홀가분하게 처음 있는 외출에
나도 흥분해 뭐 라도 더 해드리고 싶어
온 마음을 다했으나 결과는 아쉽고 또 아쉽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 언니가 받을 수 있는 일은
이미 무너진 건강으로 극히 제약된 작은 몸짓들이다..
그런 현실이 안타깝고
가슴 아린 시간의 연속이다.
바다가 정원으로 들어앉는 나의 둥지를
가슴 시원하다며 커튼을 걷고 바닷물이 오가는 풍광에
마음을 두신다
마당에 자리 잡은 우리 집 애견 "바다"도 언니한테는
좋은 말동무가 되어 주니 그도 감사한 일이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그 말이 그렇게 실감 날수가 없음이다..
이제라도 언니를 위해 내가 할수 있는 일이 있다면
모든일 다 접어두고 하고 싶고
하려 한다.
그러나
그 할수 있는일이 뭐가 있을까
얼마나 있을까..
놓쳐버린 건강과
놓쳐버린 시간과
또 다른 그무엇들
그렇게 안타까움만 짙어가는 시간이다..
초가삼간 이라도 내집이 편하다는것을 잘 알기에
동생의집이 좀더 편안한
언니의 둥지가 될수 있도록..
해서
바다가 정원인 이집에
언니의 건강회복에 좀더 도움이 될수있다면
더 바랄일이 뭐에 있겠는가..
아마 올한해는 그렇게
언니의 건강을 회복하는 일로
온 마음을 다 보태야 하지 싶다...
2020.1.6/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