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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無 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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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겨울 나무 겨울 숲에 서면 기도하는 나무를 본다. 잎새의 반짝이는 몸짓도 떠나 보내고 온갖 풀벌레들의 재잘거림도 비워 버리고 떠나간 모든 것들을 위해 외곬로만 우러러 기도하는 어머니 같은 나무를 본다. 어쩌다 별빛 고운 날이면 흔적만 남은 아이들의 눈망울을 별들 속에 헤아리고 이제 모든 것을 주어 버리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어머니 같은 나무를 본다. 이 겨울 혼자서 북풍을 맞고 서서 기도로 지새우는 은혜로 선 겨울 어머니를 본다. (하청호·시인, 1943-)
#365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함께한 풍광 이 평화가 참으로 감사한 시간이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평온한 일상에도 감사의 마음을 내려놓는 마음밭으로 살아가야 한다...
#364 사진 인구가 늘어나면서 사진을 담기 위해 유명하고 아름다운 출사지로 삼삼오오 몰려간다. 한때는 그 대열이 설 수 없음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기도 했으나 사고가 바뀐 탓일까 열정이 식은 탓일까 그만한 여력이 안생긴다 주변에 눈에 보이는 사물을 그저 카메라 앵글로 바라볼 수 있다면 하는 욕심 정도이다 그렇게 세월이 그려낸 멋진 수채화이다....
#363 동자승들의 미소가 지난 폴더 속에서도 여전함에 반가움이 배가 되어 다가온다 매 순간 이렇게 맑은 미소로 임할수 있기를...
내 마음의 온도... 내 마음의 온도는 얼마나 될까 늘 따뜻한 가슴으로 살고자 노력하지만 그 노력만큼 현실 역시 녹록지 않으니 사람 냄새나게 사는 것은 요원한 꿈으로 남는 게 아닌가 싶다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지 가늠을 하지만 가진 게 없다는 핑계로.. 아니 현실이 그렇긴 하지.. 그렇게 쥔 주먹은 아직도 펴지 못한 채로 내 마음의 온도가 문득 궁금해졌다 이 밤에...
#361 비 오는 날에는 아무래도 바흐의 미뉴엣이 제일이다 촘촘히 그려진 음표중에 하나라도 놓치면 나의 연주는 망친다 한평생 연습만 하다 끝나버릴지도 모르는 난해하기만 한 생의 음표들. 몸과 마음을 다 던져 연습한 한 곡조차 능숙하지 못한 손놀림. 마음에서는 검은 구름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도도도 레레레 미미미... 더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악보들은 점점 흘러내려 흔적도 없이 흐물흐물 사라져 버린다. 비는 박자도 맞지 않는 리듬을 창문네 대고 두들겨 댄다. 불협화음만 가득한 이연주, 몇 시간이고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바하의 미뉴엣은 오늘도 미완성이다. 바흐의 비/최가림
#360
어느 아침... 굽이 굽이 산 그리메가 발아래였던 산사의 아침 그 아침도 어느새 추억으로 남고 십구 년의 시월도 끝을 향하고 있으니. 머지 않은 날 또 한해를 내어주는 우리가 될 것이다 해서 더 소중한 순간이고 매 순간 감사하게 아껴 써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358 아이들의 온기가 사라진 학교 제 할일도 따라서 잃어버린. 긴 휴식에 들어간 세월따라 더 두터운 옷을 입게되겠지. . . .
#358 이몸은 기다림을 낚고 저분은 세월을 낚았다 텅빈 어망은 그분이 세월을 낚고 있음을 말해주고.. 홀로 귀농 생활십여년이라 하시는 그분의 얼굴엔 왠지 알수 없는 쓸쓸함이 그 분의 생활을 대변해 주는듯... . . .
사월의 소경... 사월이 건네주는 선물 봄날의 소경이다 나름의 색깔로 나름의 몸짓으로 참 아름답다. . . .
#355
매화는 이별식중이고. 아침 조용한 산사 매화는 눈맞춤 하기도 전에 이미 이별식을 진행중이고. 그 틈사이 염원을 담은 촛불은 소리 없이 제몸을 태워 주위를 밝히고 있다. . . .
#353 같은 모양이라도 어떻게 놓여지느냐에 느낌은 사뭇 달라진다 보여주는 것과 보여지는것의 차이와 같은 맥락일까?. . . .
#352 회벽 콘크리도 담장에도 이렇게 옷을 입혀 놓으니 꽃이 되었다. 무심한 들꽃도 사랑의 물을 주면 더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 나리라 . . .
벗고 싶다. 겨울 나목에 물기가 올랐을까 문득 올려다본 나뭇가지가 두꺼운 껍질을 탈피하고 맨몸으로 바람을 맞고 있다. 그 모습이 문득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왜 일까? 나도 허물을 벗고 싶어서 일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에선가 탈피해서 벗어나야 할 듯한 답답함. 저 나무처럼 나에게도 그런 시간..
#350 어디론가 간절히 떠나고픈 순간이 있다 어느 한순간은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해도 괜찮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삶의 도구로 내려주신 육신 사용할 만큼 허락하신 만큼 감사히 참 요긴하게도 사용하였고. 그 잔해마저도 소용되는 사용처를 정해 놓았으니 무슨 미련이 있으랴. 그렇게 마음의 ..